이 여행의 시작점은 4월이다. 나는 올해 4월에 친구들과 에버랜드를 다녀왔었다. 이때 에버랜드에서 줄 서서 기다리는 동안 이것저것 이야기하다 보니 놀이기구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고 내가 '경주월드가 무서운 놀이기구만 있는 놀이공원'이라고 소개했었던 기억이 있다. 잠깐 얘기했던 거 같은데 어떻게 기억해가지고
이렇게 얘기가 나온 것이다. 이때는 종강하고 나서 할 일이 계획되어있지 않아서 ㄱ? ㄱㄱ. 이렇게 아무 생각 없이 경주 여행 1박 2일로 진행하게 된 것이다. 한 명은 7월에 계절학기를 해서 6월에만 시간이 된다고 해서 1주일 전에 부랴부랴 숙소를 잡고 여행을 시작하게 되었다. 내가 비록 ISTP이지만 여행 가기 전에 어느 정도 틀은 잡고 여행을 가는데, 근거 없는 자신감이 어디서 생겼는지 경주월드 말고는 계획을 하나도 안 세우고 갔다. 경주월드도 에버랜드처럼 줄이 엄청 길어서 대기시간이 1시간 정도 될 줄 알아서 그 줄 기다리면서 다음날 뭐 할지 계획 세우려고 그랬지..
경주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경주월드로 출발하였다. 경주에 도착해서 내렸을 때 비가 꽤 많이 오고 있었다. 비가 꽤 많이 와서 놀이기구 운영을 안 할까 봐 걱정할 정도였다. 날씨 앱을 보니 그래도 흐림으로만 표시되고 비는 그칠 거라고 되어있어서 걱정 반 기대 반으로 경주월드를 향했다. 기차에서 내려서 버스를 타고 이동했는데, 버스 방역수칙이 서울보다 꼼꼼했다.. 버스에서 수다 떠는 걸 못하게 하셨다. 버스는 고속버스처럼 서있을 수 없고 의자가 가득 차있는 구조였다. 오래돼서 기억은 잘 안 나지만 운전이 화끈했던 거로 기억한다. 그 버스에는 거의 대부분이 경주월드에 가는 손님이 많았고 경주월드 역까지 안 가고 갑자기 문을 여시더니 여기서 걸어가세요~ 하면서 내리라 하셨다. 서울 버스는 기계적인 버스라면 경주 버스는 자아가 있는 버스였다.
버스에서 내팽개쳐지고 걸어가다 보니 날씨가 서서히 좋아지더니 맑아졌다. 이때부터였다. 이 여행을 간 사람들 중에 날씨의 아이가 있다는 의심을 하기 시작한 게.. 비 오던 날씨가 갑자기 입장할 시간이 되니 딱 비가 그치고 해가 뜨는 게 얼마나 신기한가!
개장하자마자 경주월드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드라켄을 타러 갔다. 근데 드라켄은 개장 시간이랑 다르게 운행 시작했다. 한 10분 정도 있어야 운행 시작한다고 해서 사람도 별로 없는 거 같아서 다른 거 먼저 타고 오고 나중에 타기로 했다. 이때가 비예보도 있었기도 했고, 중학생 동생은 기말고사 시험기간이었던걸 생각해보면 학생들은 시험기간이어서 올 수가 없고 대학생만 방학인 상태인 것이 합쳐지면서 진짜 정말로 사람이 없었다.
가장 처음 탑승한 놀이기구는 바로 발키리였다. 발키리는 앞으로 갔다가 뒤로 가는 작은 롤러코스터였다. 원래 안 탈까 고민했는데 줄이 짧아서 그냥 타봤다. 음 10분 정도 대기하고 탔었나 그랬을 것이다. 딱 10분 정도 대기하고 타면 재밌는 놀이기구이다. 줄을 30분 넘게 기다리면서까지 탈 바엔 다른 놀이기구 타러 갔을 듯.(참고로 필자는 무서운 놀이기구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이 놀이기구 타면서 경주월드 풍경 구경하면서 바람이나 쐬었다. 풍경 구경하면서 크라크를 발견하고 놀이기구 타면서 저거 타러 가자고 했었지..
다음에 탑승한 놀이기구는 크라크이다. 크라크는 서울 롯데월드에 있는 자이로스윙의 360도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좋다. 근데 그 자이로스윙보다는 도넛(?)이 작았다. 도착했을 때 줄 서있는 사람도 없었고 움직이지도 않아서 운행 안 하는 줄 알고 다른 데로 가려다가 혹시나 해서 여쭤봤는데 운행한다고 하셨다. 손님이 와야 운행을 하는 놀이공원이라니 얼마나 신선한 충격인가. 이 놀이기구는 드라켄과 누가누가 더 무서운지 사람들마다 갈릴 정도로 꽤 무서운 놀이기구인데 대기하는 사람이 없을 줄은 몰랐다. 딱 여행 간 4명이서 탑승해서 놀이기구를 전세 낸 기분이 들었다.
크라크를 탈 때 너무너무 설렜다. 롤러코스터는 흔해서 많이 탔는데 바이킹 같은 것이 360도로 돌아가는 놀이기구는 너무나도 오랜만이기 때문이다. 어린이대공원에 아폴로라는 놀이기구가 예에엣날에 있었는데 내가 초등학생 시절이니까 한 10년도 넘었나..? 지금은 사라지고 없다. 아폴로 정말 내가 어린 시절 사랑하던 놀이기구였는데 대체 놀이기구가 없어서 정말 슬펐었는데 크라크를 타고 다시금 아폴로의 느낌을 느낄 수 있었다. 사실 아폴로는 추억 보정 버프 때문에 재밌게 느껴진 거지 크라크가 더 재밌을 것이다.(어릴 때 안전바 사이즈가 커서 몸이 붕 뜨는 것도 있었는데 지금은 착 달라붙는 안정감 있는 몸뚱이가 되어버렸다) 개인적으로는 경주월드에서 가장 재미있는 놀이기구였다.(다만 손님이 없어서 의자가 개뜨거웠음) 한 3번 정도 탔다.
역시 나는 크라크를 타면서 다음 놀이기구를 모색했다. 높은 곳에 올라가서 다음 사냥감을 찾는 것이 국룰 아닌가. 근처에 드래곤레이스라는 놀이기구가 있어서 타러 갔다. 딱 타려고 도착하니까 운행하기 전에 안전바 내려가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거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대기 시간이 있었다. 음 재밌기보단 어지러운 놀이기구?였다. 그래도 타볼 만한 놀이기구인 듯. 크라크 타고 드래곤레이스를 대기시간 거의 없이 바로 타다 보니 살짝 어지러웠다.
그다음 기대하던 드라켄을 타러 갔다. 경주월드의 메인 어트렉션이며 90도 수직낙하 롤러코스터! 처음 탈 때부터 운이 좋아서 바로 맨 앞에 탈 수 있었다. 90도로 떨어지기 전에 잠깐 멈추는데 처음 탈 때는 살짝 떨렸다. 떨어질 타이밍을 몰라서 숨을 멈추려는 흡!을 몇 번을 했는지 ㅋㅋㅋ 결국 못 기다리고 '이거 언제 내려..'말하다가 떨어졌다. 드라켄 정말 재미있다. 대기시간 20분 정도 됐었는데 정말 에버랜드나 롯데월드는 이 정도 어트렉션을 타려면 2시간 정도는 대기해야겠지... 좀 레일이 짧다고 느껴질 수도 있는데 대기시간이 그만큼 짧으니 대만족! 한 4번은 타고 나왔을 것이다.
아이폰이 색감 하나는 예쁘게 잘 나오는 것 같다. 이때까진 그래도 염색했던 블루 색이 남아있긴 했다. 살짝 옆머리는 카키색이 섞이기 시작한 듯. 왼쪽에 있는 놀이기구가 토네이도였고 토네이도 옆에 식당이 있어서 토네이도 타고 먹으려다가 덥기도 하고 쉬어갈 겸 먼저 밥 먹고 토네이도를 탔다. 뭐 놀이공원 식당은 역시 비쌌다. 토네이도는 밥 먹고 나서 바로 탔더니 몇몇이 속이 안 좋다고 호소했다.
그래서 잠깐 쉬었다가 어지럽지 않은 놀이기구를 찾다가 섬머린 스플래쉬를 타러 가게 되었다. 이 놀이기구를 타기 위해서는 우비를 입어야 한다. 필수는 아닌데 안 입으면 쫄딱 젖는다. 흐리다던 기상청과는 달리 너무 맑아서 개더운 나머지 나는 우비 모자를 벗고 타고 머리를 쫄딱 젖고 만다. 한번 쭉 올라갔다가 훅 떨어지고 끝나는 놀이기구인데 재미있고 시원해서 계속 탔다 ㅋㅋㅋㅋ 대기시간도 매우 짧았다. 10분도 채 안 기다리고 탈 수 있어서 여러 번 타기 좋은 놀이기구였다.
우비 산 김에 다른 물놀이 놀이기구인 급류 타기도 탔다. 급류 타기가 섬머린 스플래쉬보다 안 무서운데 대기시간은 더 길어서 신기했다. 어린이들도 타서 그런 걸까. 두 번 정도 타고 안 탔다. 안전장치 없이 그냥 통나무배에 앉아서 타는 느낌이었다.줄이 짧아서 타긴 했는데 줄 1시간 정도 기다리고 타라고 했으면 안탈거 같은 적당한 재미가 있는 놀이기구정도였다.
경주월드에는 드라켄 말고도 파에톤이라는 롤러코스터가 하나 더 있다. 이 롤러코스터도 재미있다. 360도 돌아가는 롤러코스터는 흔해서 그거에 대한 큰 감정은 없었는데 꽈배기처럼 가는 부분이 신기하게 그렇게 재밌었다. 이 놀이기구도 3번 정도 탄 거 같다. 추천!
이것 말고도 자이로드롭도 타고 오랜만에 대기시간이 없어서 범퍼카도 탔다. 범퍼카 재밌는데 에버랜드랑 롯데월드는 대기줄이 한 시간이 넘어서 안 타고 다른 거 타기 바빴는데 경주월드는 너무 대기줄이 없어서 시간이 남아돌다 보니까 타게 되었다. 오랜만에 범퍼카 타니까 너무 재미있었다. 정말 어릴 때 가족끼리 놀이공원 가서 혼자 범퍼카 타고 그 뒤로 친구들끼리 가서는 범퍼카 탄 적이 없었는데 친구들이랑 같이 범퍼카를 타보니까 친구들한테 박으러 갈 때 재밌었다. 경주월드에서 바이킹도 탔는데 경주월드는 안전바가 쇠로 되어있고 끝까지 안 내려와서 몸이 좀 많이 뜨는 편이다 바이킹은 모든 놀이공원마다 재미있는 점이 있는 거 같다.
내가 간 날에는 18시까지밖에 운행을 안 한다고 해서 왜 이렇게 빨리 닫지.. 하면서 걱정했는데 오히려 시간이 남아돌고 놀이기구를 너무 많이 타다 보니까 지쳤다. 오후권으로 끊고 들어왔어서 충분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5시쯤에 그냥 나와서 근처 슈퍼에 가서 저녁에 먹을 술과 과자를 샀다. 장보고 숙소로 가려고 하니까 신기하게 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과자랑 술, 물, 일회용기 정도만 샀던 거 같은데 짐이 많아서 택시 타고 숙소에 갔다. 숙소는 복층이었는데 천장이 엄청 높았다. 사진은 당연히 안 찍었다! 들어가자마자 힘들어서 주저앉고 티비 좀 보다가 저녁을 먹었다. 놀이공원 줄 서는 거 때문에 다리 아픈줄 알았는데 그냥 걸어다니는 것 때문에 다리아픈 것도 맞는 거 같다. 원래 술 많이 마시려고 했는데 술 너무 안 들어가는 날이어서 별로 못 마셨다 ㅠㅠ
저녁에 공포영화 두 개 봤는데 처음에 본건 비바리움이었는데 음..뭔가 공포영화라기보단 소름 끼치는 정도..?의 영화였다. 난 개무서운 영화를 원했는데 머리만 엄청 굴리면서 추론하면서 보다가 끝났다. 그래서 난 이미 본 영화인 랑종을 볼까 했는데 한 명이 궁금하다고 해서 액기스만 내가 뽑아서 봤다. 두 명은 무섭다고 복층에 올라가 침대에서 또 다른 티비로 유튜브를 봤다. 덕분에 공포영화 별로 안 무섭게 볼 수 있긴 했다 ㅋㅋㅋㅋ 랑종 액기스 보고 다시 놀다가 침대에 누워서 마지막으로 악마를 보았다를 틀어뒀다. 나는 보다가 어느 순간 잠들었고 남은 부분은 다음날 돌아오는 길에 기차에서 마저 봤다.
다음날 일어나서 해장 겸 아침 겸 점심으로 경주 황리단길 맛집이라는 '향화정'에 갔다. 맛집은 맛집인지라 사람들 대기가 꽤 있었다. 이날 날씨가 너무 좋은 나머지 개더워서 미칠뻔했다. 다행히 대기하는 사람들을 위한 천막과 선풍기가 야외에 있어서 좀 견딜만했다. 향화정에서 기다리다 보니 제비를 발견해서 잽싸게 찍었다. 제비 정말 오랜만에 보는 것 같다. 향화정에는 다양한 메뉴가 있었는데 나는 너무 더워서 '한우 육회 물회'를 시켰다. 극한의 더위를 견디다가 먹어서 그런가 엄청 맛있었다.
전날 저녁에 술 마시면서 계획을 좀 세워뒀어야 하는데 너무 놀아서 당일날에도 계획이 하나도 없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할 거리 찾다가 황리단길 근처에 천마총이 있다길래 천마총에 걸어갔다. 나는 유적이나 그런 거에 큰 관심이 없어서 여행 갈 때 유적지를 안 가는 데 이날 거의 처음으로 간 거 같다. 대릉원 입장권을 사서 들어가 보니 저런 언덕 같은 무덤들이 있었다.
이날 날씨가 매우 더웠지만 풍경은 정말 예뻤다. 태양이 너무 뜨거워서 비올 때 쓰려고 가져온 우산을 양산처럼 쓰고 다녔다. 덕분에 그래도 이때 피부는 별로 안 탔던 거 같다.
대릉원에서 더위를 제대로 맛본 우리는 다시 황리단길로 돌아와서 빙수를 파는 카페에 왔다. 카페 이름은 '백이당'이었다.카페가 온실처럼 되어있고 가운데에 피아노도 있어서 분위기도 좋았고 시원한 카페에서 시원한 빙수를 먹으니 제대로 힐링했다. 누울 수 있는 자리도 있어서 누워있다 보니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다. 빙수는 보기에 예쁘게 되어있는데 먹기 힘들었다 ㅋㅋㅋㅋㅋ 맛은 있는데 빙수를 어떻게 떠먹어야 할지 골치를 썩힌..!
카페에서 좀 시원해지기를 기다리다가 황리단길 산책을 하고 저녁을 먹으러 갔다. 저녁은 신라제면에 가서 먹게 되었는데 음 사진을 안 찍었다 ㅋㅋㅋㅋ 신라젠에서 준 국물에 파가 개구리 닮아서 저 사진만 찍었네..신라제면에 가서 신라칼낙지랑 칼국수 이렇게 두 가지 시켜서 먹었는데 음 맛있긴 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충격적일 정도로 맛있진 않아서 그런가 잘 기억이 안 난다. 두 달 전 일이라 그런가? ㅋㅋㅋㅋ그냥 맛있는 칼국수 칼 낙지 그 정도였던 듯. 근데 황리단길 식당이나 카페는 다 예쁘게 꾸며져 있었던 거 같다. 이 식당도 엄청 예쁘게 꾸며져 있었고 창밖 풍경도 황리단길이라 예뻤다.
낮에는 그렇게 더워서 돌아다니기 힘들더니 해가 뉘엿뉘엿해지니까 돌아다니기 너무 좋았다. 배도 부르고 날씨도 좀 시원해지니 산책하기 좋아서 주변 산책 좀 하다가 기차 탈 시간이 되어서 기차 타고 집에 돌아왔다.
정말 날씨 타이밍 하나는 끝내주게 잘 잡아서 간 여행이었다. 2022년 6월 29일 30일 서울 날씨와 경주 날씨이다. 서울은 저렇게 비 오는데 나는 경주에서 빗방울은커녕 태양빛에 구워졌으니 말이다. 오로지 경주월드만을 생각하고 출발한 경주여행 나름 경주 맛집도 가보고 유적지도 가보는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던 여행이었다. 아무런 생각을 안 하고 그때그때마다 갈 곳을 정하는 여행 또한 이번이 처음이었다. 뚝딱뚝딱 대는 여행이었지만 그건 그것대로 감성 아니겠는가.
여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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